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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가이드

    에이전틱 AI 시대의 소프트웨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에이전틱 AI로 인해 사용자 수에 기반했던 과금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가트너는 2030년까지 SaaS 지출의 20%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깃허브의 과금 전환, 나델라의 경고, 그리고 갱신 계약에서 챙길 네 가지를 정리했습니다.
    Aug 03, 2026
    에이전틱 AI 시대의 소프트웨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2026년 7월, 한 달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세 가지 중요한 뉴스가 발표되었습니다. 7월 1일, IT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부상으로 인해 2,340억 달러 규모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지출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7월 13일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기업들이 AI에 두 번 지불하고 있다”며 종속성에 대한 경고성 글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몇일 전 7월 27일, 무려 2조 8,000억 파라미터 규모에 달하는 오픈웨이트 모델의 가중치가 누구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형태로 전격 공개될 예정입니다.
    언뜻 보면 시장의 전망과 경영자의 경고, 그리고 오픈소스 생태계의 이벤트라는 각기 다른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를 실무에 도입하려는 기업의 관점, 특히 소프트웨어 계약 담당자의 자리에서 보면 이 세 사건은 정확히 같은 지점을 관통합니다. 바로 “지금 당장 갱신을 앞둔 계약서가 몇 달 뒤에도 유효한 전제 위에 서 있는가?”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지난 몇 년간 기업의 AI 화두는 주로 ‘무엇을 도입할까’였습니다. 어떤 모델을 쓸지, 어느 벤더의 제품을 연동할지 결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7월에 발표된 세 사지 일련의 뉴스들은 그다음 단계의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떤 조건으로 구매해서 사용하고 있는가.’ 이 글에서는 에이전틱 AI가 기업의 소프트웨어 구매 구조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바꾸는지, 그리고 당장 갱신해야 할 계약에서 무엇을 꼼꼼히 확인해야 하는지 점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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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프트웨어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에이전틱 AI

    가트너가 내놓은 전망의 핵심은 ‘에이전틱 아비트리지(Agentic Arbitrage, 에이전트 차익 거래)’라는 개념입니다. 가트너의 조지 브로클허스트 부사장은 “에이전틱 AI가 소프트웨어의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그 결과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가 점차 보이지 않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에이전틱 아비트리지란 AI 에이전트가 여러 시스템을 넘나들며 독립적으로 업무를 완수함으로써, 사람이 개별 소프트웨어 화면을 열고 직접 상호작용할 필요를 대폭 줄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견적 확인, 재고 조회, 승인 요청, 결과 정리 등 기존에는 사람이 네다섯 개의 창을 띄워놓고 하던 일을 에이전트가 백그라운드에서 API 호출로 한 번에 처리하는 상황을 떠올리면 쉽습니다. 업무는 동일하게 처리되지만, 개별 소프트웨어에 직접 로그인하는 ‘사람’의 수는 급감합니다.
    여기서 벤더와 기업 간의 구조적 충돌이 발생합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은 ‘사람이 화면을 연다’는 전제 아래 사용자/계정당(Per-seat) 라이선스 비용을 매겨왔습니다. 사용자가 늘면 매출이 느는 공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브로클허스트는 에이전틱 AI가 이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고 진단합니다.
    가트너는 이 거대한 흐름을 타고 2030년까지 최대 2,340억 달러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지출이 재배치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기업 SaaS 지출의 약 20%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단순히 잃어버리는 돈이 아니라 ‘어디에 쓰일지’가 다시 정해지는 돈으로 읽는 것이 정확합니다.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 각종 대시보드 도구, 좌석 기반 라이선스 제품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꼽혔습니다.
    계약 담당자에게 가장 뼈저리게 다가올 문장은 이것입니다. “이제 기업은 사람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사지 않습니다. 점점 더 에이전트를 위해 구매합니다.” 화려한 UI나 깔끔한 메뉴 구성이 제품 평가의 핵심 기준이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기업 AI에서 시작된 균열: 종량제의 습격

    이는 2030년을 내다보는 먼 미래의 전망이 아닙니다. 에이전틱 AI가 만드는 균열은 이미 매달 기업이 지출하는 AI 사용 비용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깃허브(GitHub)는 2026년 6월 1일부로 코파일럿(Copilot)의 과금 방식을 사용량 기반(종량제)으로 개편했습니다. 월정액으로 일정량의 AI 크레딧을 구매하고, 크레딧 1개가 0.01달러로 환산되는 구조입니다. 기본 코드 자동완성은 구독 내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복잡한 리팩터링이나 저장소 전체를 훑는 에이전틱 작업은 유한한 크레딧 풀에서 깎여 나갑니다. 그 결과, 에이전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던 한 개발자의 월 청구액이 39달러에서 800달러 이상으로 치솟은 사례까지 보고됐습니다. 똑같은 사람이 동일한 도구를 썼는데 비용이 20배 폭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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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정/좌석당 과금 모델은 왜 무너질까요? 이 모델은 사용자 간 컴퓨팅 자원 소비량의 편차가 크지 않을 때만 성립합니다. 사람이 화면을 보고 타이핑하는 속도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으므로 헤비 유저와 라이트 유저의 원가 차이가 통제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에이전틱 AI는 이 상한선을 없앱니다. 한 명의 직원이 5개의 에이전트를 밤새 가동하면 좌석은 1개지만 서버 원가는 수십 배로 뜁니다. 벤더 입장에서는 정액제를 고수하면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되므로, 사용량 기반 과금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방어책에 가깝습니다.
    노션(Notion), 앤스로픽(Anthropic), 오픈AI(OpenAI) 등 주요 플레이어들도 커스텀 AI 에이전트나 기업용 모델에 크레딧 기반 종량제를 속속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IT 전문 매체 CIO 한국판에 따르면, 기업의 AI 비용은 대체로 세 곳에 숨어 있습니다. 벤더가 제품에 AI 기능을 얹으며 갱신 계약 시 비용을 몰래 올리거나, 개발이 아닌 운영 단계에서 종량제 과금이 폭탄처럼 쌓이거나, 각 부서가 법인카드로 임의 결제해 IT 조직의 시야를 벗어나는 이른바 ‘섀도우 AI(Shadow AI)’ 영역입니다.

    두 번째 비용: 돈이 아닌 '지식' 그 자체를 위해 지불하는 값

    또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청구서에 찍힌 금액이 과연 우리가 치르는 비용의 전부일까요? 사티아 나델라가 7월 13일 소셜 미디어 X에 올린 「역 정보 역설(The Reverse Information Paradox)」은 바로 이 질문을 파고듭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케네스 애로의 원론적인 ‘정보 역설’은 정보를 파는 쪽의 딜레마를 뜻하지만, 나델라는 AI 시대에는 이 관계가 역전되어 ‘정보를 사는 쪽(기업)’이 곤란해진다고 통찰했습니다. “우리는 지능에 두 번 지불합니다. 한 번은 돈으로, 또 한 번은 그 지능을 쓸모 있게 만들기 위해 바쳐야 하는 조직의 독점 지식으로.”
    에이전틱 AI의 성능을 현업에서 제대로 끌어내려면 조직 내부의 사정을 끊임없이 모델에 제공해야 합니다. 나델라는 이를 ‘인텔리전스 배기가스(Intelligence Exhaust)’라고 불렀습니다. 직원이 입력하는 정교한 프롬프트, 에이전트가 호출하는 내부 도구의 메타데이터, AI가 틀렸을 때 사람이 교정해 주는 패턴 등 기업의 핵심 노하우가 끊임없이 빠져나갑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것이 “우리 데이터가 모델 학습에 무단으로 쓰인다”는 일차원적 우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미 주요 벤더들은 상업 약관을 통해 고객 데이터를 기본적으로 모델 학습에 쓰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계약서상으로는 막혀 있는 셈입니다.
    나델라가 지적한 것은 ‘비즈니스 맥락의 정보 비대칭’입니다. 거래가 지속될수록 벤더는 고객이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고 어디서 자주 실패하는지 축적하지만, 고객은 벤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에이전틱 AI를 깊게 의존하는 조직일수록 벤더에게 내어주는 맥락의 양도 함께 늘어납니다.
    이 관점에서 AI 벤더 락인(Lock-in)은 단순히 ‘다른 모델로 갈아타기 귀찮다’는 수준의 문제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이 락인이 모델,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데이터, 거버넌스 증적, 조직 지식이라는 5개 계층에 걸쳐 쌓인다고 봅니다. 그중 2026년 현재 가장 무섭게 고착화되는 곳이 바로 ‘오케스트레이션 층’입니다. 여러 에이전트가 서로 연결된 복잡한 워크플로가 구축되면, 특정 독점 플랫폼 위에 세워진 에이전트 아키텍처를 통째로 걷어내는 것은 모델 API를 바꾸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전환 비용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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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과 통제권의 회복

    물론 마이크로소프트 수장의 이러한 경고는 경쟁 프런티어 AI 랩들을 견제하고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Azure) 기반의 프라이빗 환경을 띄우려는 의도가 섞여 있습니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가트너 역시 독립적인 연구를 통해 “시간이 지나도 축적된 기억과 고객 맥락을 자체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우선하라”며 사실상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에이전틱 AI를 구매하는 조직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출구 전략은 분명합니다. ‘공급자를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 출구를 현실적인 선택지로 만들어준 것이 오픈웨이트 모델의 비약적인 성능 향상입니다. 7월 27일 허깅페이스에 전격 공개되는 2.8조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중국 문샷AI의 Kimi K3)은 공개 당시 서드파티 평가에서 GPT-5 클래스나 최신 클로드 모델과 불과 2~3점의 지능 지수 격차만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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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능 격차가 이토록 좁혀지면 에이전트가 호출할 모델을 굳굳이 비싼 특정 벤더 하나로 고정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코인베이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요청의 난이도에 따라 복수의 오픈웨이트 모델로 작업을 분산 라우팅(Routing)하여 AI 비용을 50%가량 절감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보다 ‘데이터 주권(Sovereign AI)’ 측면에서 오픈웨이트가 훨씬 중요합니다. 가중치를 직접 내려받아 사내 인프라 망 안에서 구동하면 규제나 보안 이슈를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모델이더라도 외부 API를 호출하는 것과 내부망에서 구동하는 것은 안고 가는 리스크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다만, 내부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갖추는 것만이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라우팅 계층 자체를 또 다른 특정 벤더의 독점 플랫폼 위에 구축한다면, 앞문으로 빠져나와 뒷문으로 다시 묶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에이전틱 AI 아키텍처의 뼈대를 ‘누구의 땅 위에 세울 것인가’가 향후 IT 벤더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될 것입니다.

    갱신을 앞둔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할 4가지

    결국 7월의 세 사건이 실무자에게 남긴 최우선 과제는 계약서로 모입니다. 당장 소프트웨어 및 AI 도입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다면, 가격 협상 이전에 다음 네 가지 항목을 꼼꼼히 점검해야 합니다.
    • API 동등성(API Equivalence): 사람이 UI 화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에이전트가 API로도 완벽히 동일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화면에서만 지원되는 기능이 남아있다면, 그것이 곧 자동화 확장의 한계선이 됩니다.
    • 약관상 제한(Terms of Use Restrictions): 기존 약관이 에이전트의 자동화된 호출이나 대규모 활용을 기술적, 재정적으로 가로막고 있지 않은지 살펴봅니다. 기술을 검토하는 시간만큼 계약서의 세부 조항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 운영 학습 데이터의 귀속(Ownership of Operational Learning): '모델 학습 금지' 조항만으로는 비즈니스 맥락의 정보 비대칭을 막을 수 없습니다. 에이전트를 운영하며 쌓이는 워크플로 학습과 메타데이터가 명확히 자사(기업)에 귀속되는지 문구로 확인해야 합니다.
    • 컨텍스트 이식성(Context Portability): 향후 공급자를 변경할 때, 그동안 에이전트가 축적해 온 맥락(Context)을 온전히 추출해 가져올 수 있는지 점검합니다. 데이터 반출이 어렵다면 계약 기간이 길어질수록 락인(Lock-in)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일은 사내 ‘AI 자산 인벤토리’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어느 부서가 어떤 도구와 에이전트를 사용 중인지 정확한 목록조차 없다면 협상 테이블에 올릴 안건 자체를 정리할 수 없습니다. 민감 데이터나 규제가 엄격한 업무 등 위험도가 높은 영역부터 우선적으로 분리해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난한 수순입니다.
    서둘러야 할 이유는 명확합니다. 기술 리더의 77%는 이미 조직의 AI 도입 속도가 내부 거버넌스 통제 역량을 앞질렀다고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의 도입 속도는 나중에라도 돈과 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누락된 독소 조항과 권리 조건은 한 번 체결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에이전틱 AI를 사는 방식이, 과거 사람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사던 관성과 철저히 달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문헌
    • Gartner, "Gartner Says $234 Billion in Enterprise Application Software Spend Is at Risk from Agentic AI", 2026-07-01
    • Satya Nadella, "The Reverse Information Paradox", 2026-07-13
    • GitHub Blog, "GitHub Copilot is moving to usage-based billing", 2026-06-01
    • CIO 한국판, "AI 비용, 생각보다 깊이 숨어 있다: 벤더 계약부터 사업부 예산까지", 2026-07-02
    • OpenAI Enterprise Privacy / Anthropic Commercial Terms (데이터 학습 정책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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